스무살이 되기 전후 몇가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대학교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그리고 일하게 된 곳이 대구 시내에 있었던 프란체스코였다. 커피를 판매하고 음료들을 판매하고 지금은 보편적일 수도 있지만 파스타도 팔고, 샐러드에 샌드위치까지 메뉴가 꽤나 충실한 카페였다. 그때에 유행하던 카페는 식사류를 팔고 후식으로 파르페나 커피 베리에이션 음료를 무료로 먹으며 세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놀다가 가는, 좀 생겼다 싶은 남자들이 일하며 놀러오는 손님들과 약간의 장난도 치고 흡연도 가능했던 그런 스타일의 카페였다. 그런곳과는 좀 다른 외국 스타일?의 카페였는데, 거기서 내 음악 인생이 제대로 시작 되었다고 생각한다.
몇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알게된 어떤 언니가 있었는데, 그 언니가 음악을 되게 좋아해서 사놓은 씨디들을 가져와서 틀거나 불법(;;)이지만 특정 아티스트의 음원들을 구워와서 매장에서 틀곤 했다. 그 씨디들 중에 joss stone 이라거나 amy winehouse의 음악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humming urban stereo나 viva soul도 있었던거 같은데 지금도 가끔 들으면 그때 매장에서 일하던 기억이 나곤 한다.
카페라는 공간에서 커피 뿐만이 아니라 공간을 많이 차지 하는 것은 음악이라고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때 그 언니가 말하기를 자신이 버는 돈의 10% 정도를 씨디를 구입하는데 쓴다고 했다. 그게 너무 멋져보여서 그때부터 향뮤직에서 음반들을 사기 시작했다. 주로 구입했던건 대학교때 친해진 친구가 알려준 한국 인디밴드들의 음반이라거나 클래지콰이의 음반들을 샀었다. 그때 매장에 캐스커의 2집 앨범도 있었는데 그것도 좋아해서 나중에 따로 구입을 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ot때 만났던 정말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범물동의 일리에서 일을 했다. 나는 당시 칠곡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 친구를 종종 만나러 가고, 그때 필름 카메라도 좋아하게 되서 같이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했었다. 하루에 일을 12시간씩 하고도 밤새 술을 마시고, acid를 가서 몇푼 벌지도 못하는 형편에 자리만 차지하며 맥주 몇병 마시던 추억들을 함께 나누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일하던 범물동 일리에서 freetempo를 들었다. Refeeling이었던거 같은데, 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제목을 물어보고 본격적으로 프리템포를, 시부야케이를 파기 시작했다.
하루 12시간을 일하고 일주일에 하루를 쉬면서 버는 돈은 고작 70만원. 그 돈에서 10만원을 매달 씨디를 구입하는데 썼던거 같다. 그때 towa tei도 알게되고, mondo grosso, shinichi osawa도 알게되고, fpm도 좋아했었다. 그러다 fpm의 뷰티풀데이즈를 같이 부른 ego wrappin’의 보컬도 좋아하게 되어 ego wrappin’도 들었다.
사실 20살 전까지는 일본에 그닥 흥미가 없었다. 많이들 선택하던 제2외국어도 프랑스어를 배울 정도였으니.. 외삼촌이 일본어 공부해서 페리 승무원을 하는게 어떻겠냐는 얘기도 넌지시 하셨는데 그때도 일본에 흥미가 없어서 거절했는데 나중에 엄청 후회했다. ㅋㅋ 내가 일본을 그렇게 자주 가게 될 줄은 몰랐어서..
시부야케이를 파면서 일본이라는 곳이 좋아졌다. 처음 말했던 프란체스코에서 일하던 언니가 도쿄여행을 다녀온 로모사진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일본에 가야겠다는 마음도 들었었다.
클럽은 몰라도 하우스음악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인디밴드들도 좋아해서 그런류의 음반들을 샀다.
21살 나는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유럽이었으면 좋았겠지만, 한국을 여행했다. 제대로는 못한거 같지만 후에 내가 명명한게 한국 남도여행이었다. 포항-울산-부산-거제(통영)-사천-남해-하동-구례-여수-순천-보성-해남-제주-목포-광주-담양까지. 그때 여행기는 글쎄 쓸 수 있을지, 쓴다고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여행때 씨디들을 가지고 갔다. 주로 가져간건 한국 인디밴드들의 씨디였다. 그래도 많진 않았지만.
무엇보다 많이 들었던게 페퍼톤스의 음반이었다. 첫 인트로부터 신나서 제주도를 자전거로 일주할때 신나게 달렸던 기억이 난다.
여행을 간건 프란체스코를 그만두고 난 후였다. 그무렵에 알게된 대학교 친구의 친구와도 친해졌었는데, 그 친구와 셋이서 대구에서 매주 열렸던 텔레콘서트를 보러가기도 하고 그랬다. 아직도 롤러코스터는 잊지 못한다 제일 앞줄에서 봤고, 셋은 정말 멋졌고, 친구는 조원선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멜로디언도 스틸해가다가 스탭이 와서 사정하는 통에 다시 돌려줬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후에 공연을 보러 간다거나 페스티벌도 가게 되었다. 물론 그 대학교 친구가 먼저 알고 연락을 해와서 가게 됐다. 추억의 클럽 트리핀에서 허밍어반스테레오를 봤다.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도 가서 사진을 찍고 어떤 공연때는 이산가족도 되어보고, 하찌와 TJ와 심수봉의 공연때는 노래에 맞춰 같이 춤추다가 카메라에 잡히는 재밋는 경험도 했다.
다시 학교를 복학하고, 일했던 칠곡의 커피명가에서 알게된 매니저 언니덕에 음악의 폭이 좀 더 넓어지긴했는데, 살짝 기억은 안난다. 그때 같이 일했던 사람과 연애를 시작했다. 그때 나는 하우스 음악을 많이 좋아해서 클럽을 가고싶어 했는데, 그 친구가 여친이 클럽가는게 너무 싫다고 해서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때 클럽에 하우스가 나왔나? 모르겠네.
그래도 열심히 파고 또 팠다. 호텔코스테는 언제 알게되었는지 프란에서 처음이었는지 가물하지만, 호텔코스테를 기점으로 믹싱된 앨범들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때 칠아웃이라거나 카페에서 어울릴까 싶어 카페델마 같은 모음집 형식의 음원들을 모았다.
연애를 하면서 음반은 점점 사지 않게 되었기도 하지만 추세 자체가 음원 다운로드를 하는 서비스가 많이 생겨서 그렇게 받았던거 같다. 그중에 좋은 음반은 구매를 하곤 했었다.
그때 연애를 했던 친구와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했다. 도쿄였는데, 지금처럼 비행기 티켓을 쉽게 구입하기도, 방법도 잘 몰라서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에 가서 오사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도쿄로 왕복하는 루트로 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고되고 순탄치 않았던거 같은데 그때의 애정으로 그리고 그 친구의 노력(전부 예약을 맡았음-재일교포 3세라) 으로 여행을 갔었다.
도쿄 여행에서 다른것들도 좋았지만, 북오프에서 씨디들을 구입한게 정말 재밋는 경험이었다. 지금도 종종 일본으로 여행을 가면 북오프는 꼭 코스에 넣어서 음반을 구경하곤 한다. 그때 ego wrappin’ 도 샀었고, no doubt 도 샀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몇달을 서울에 가서 살았다. 그리고 그 연애는 끝이 나며 나는 대구로 돌아왔다. 후에 알게된 사람을 계기로 나는 클럽을 가게 되었는데, 물론 함께 간건 아니고, 그 사람이 cloud라거나 클럽에서의 공연들을 말해주면서 공연을 보러 클럽을 가게 된 것이다. 부산에서 mondo grosso를 본게 처음이었던거 같다. 후에 다시 서울에서 두어달 살게 됐을때, 이태원 클럽에 다시 mondo grosso가 왔었고, 그를 보러 가면서 내 인생에 클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대학교 친구의 친구와 홍대 클럽 m2를 한번 갔던거 같다. ㅋㅋㅋ)
지금은 역사 속 클럽들 중 하나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이태원 녹사평역쪽에 있던 볼륨이라는 클럽이었는데, 정확하게 거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그 클럽을 가기 위해서 녹사평역에서 내렸으니까.
볼륨은 진짜 멋진 클럽이었다. 바닥이 나무로 되어 있었고, 생수로 에비앙을 줘서(ㅋㅋㅋㅋㅋ) 감동받음. 물론 입장료 3만원은 정말 더 큰 감동(-_-)이었지만.
다시 올라간 서울에서는 상수역 고시원에서 두어달 살았다. 낮에는 카페에서 서빙을 하고 브레이크때 잠깐 잠을 자고, 퇴근해서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길에 m2에서 티켓팅을 하고 고시원에서 잠깐 자다가 씻고 클럽에 가서 해가 뜰때까지 놀았다. 음악들이 좋았고, 디제이가 멋져보였다. 그때는 물 한병으로 몇시간을 내내 서서 춤만 추고 놀다가 왔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ㅋㅋㅋ 그때 일주일에 2,3일을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날에는 입구에 신분증 검사하는 스탭이 알아보고 인사도 해줬.. ㅋㅋㅋㅋㅋ 난 그냥 인생이 그렇게 되는가보다.
상수에서 살던 기억에는 BTB모임도 있었다. 운영자는 주최하지 않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이 그냥 벙개를 쳐서 벙개벙개하며 사람들과 소통(?)을 했었다. 그때 알게된 분들은 잘 살고 계신듯.
그러다가 다시 대구로 왔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자리잡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무렵 블로그도 사진도 시작했던거 같은데, 그때의 기록들을 보면 참.. 여전한거 같은것도 있고, 철이 없는것도 있다.
대구로 돌아온 첫주 주말. 나는 집에서 도저히 있을 수가 없었다. 클럽을 찾아봤고, 지투를 가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거기를 자주가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한채 말이다.
너무 길어지는거 같으니 다음 글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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