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단한 리스너는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꽤나 오랫동안 다양하게 들어왔다. 스펙트럼은 좀 있는거 같은데 깊이감이 떨어진다고 해야하나.. 그냥 내가 어려서부터 어떻게 음악들을 들어왔는지 갑자기 쓰고 싶어졌다.
초등학교때 티비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와 춤을 따라 부르며 추곤 했었다. 그거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그무렵에 나는 꿈이 가수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만큼의 가창력은 있지 않았던거 같다. 합창단에서 알토나 메조정도만 했었던 기억이 있다. 고음불가.. ㅠㅠ 피아노도 배웠던거 같은데 지루하기 짝이없다는 생각과 밖에서 뛰어노는게 더 좋았어서 기초적인 이론정도만 배웠던거 같다.
가족들과 여행을 가거나 시골에 가는길에 항상 아빠의 차 안에는 길보드 테이프가 있었다. 그 테이프들을 몇번이고 돌려 들으며 따라 부르곤 했었다. 특히 명절에는 명절 당일 저녁마다 군위에 있는 친가에서 상주에 있는 외가로 갔는데, 그때 외가 친척들과 한참 놀다가도 아빠의 차 안으로 그 길보드 음악을 들으러 혼자 차키를 받아서 가곤 했었다. 후에 이종사촌동생이 내게 말해줬다. 언니는 그때도 그렇게 음악듣는거 좋아했었던거 같다고 남다른 감성인거 같았다며..; 별로 그런거 인식하진 않았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런가 싶기도 하다. 친척들과 노는것도 좋지만, 초등학생이 뭘 안다고 그때 혼자 있고 싶었었나보다.
고학년이 되어가면서 용돈을 꽤나 받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테이프를 사기 시작했다. 물론 길보드가 아니라 동네에 있던 음반가게에서였다. 사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이런저런 음악들을 들려줬다면 취향이라거나 깊이가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거의 신보를 사거나 티비에서 봤던 가수들의 테이프, 그리고 여느 10대 소녀들과 다르지 않는 아이돌의 앨범들을 하나 둘 사는정도였다.
그러다가 조pd를 알게 되었다. 중학교때였던거 같다. 2집부터 구매를 했는데, fever 때문에 구입했을 것이다. 그때 피쳐링을 했던 다른 가수들의 매력적인 목소리도 좋아했었고, 그 중 rayjay를 제일 좋아했다. 전에도 말한적 있지만, 내가 처음 티스토리를 만들게 된게 구글링으로 rayjay음반 얘기를 한 분과 메일인가 메신저 따위를 주고 받다가 티스토리 초대장까지 얻어서 시작하게 되었다. 암튼 rayjay는 그때 얼굴도 얼굴이고 뮤직비디오에 배두나가 나와서 너무 멋져서 더 좋아했었다. 아직도 내 메일 주소는 rayjay로 시작한다. ㅋㅋㅋ
물론 rayjay뿐만 아니라 싸이도 있었고, 디지털마스터? 도 있었던거 같은데 맞나 기억이 가물하네..
그리고 그무렵부터는 용돈이 올라가면서 테이프를 사던 내가 드디어 씨디들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지금와서 보면 아이돌의 음반이거나, 그때 인기 있었던 엔씽크, 브리트니의 음반들이 고작이었지만 뭔가 그런 재미를 좋아했다. 성적이 올라 선물로 cdp를 받고, 항상 그것을 들고 다니면서 음악을 듣곤 했었다.
중학교때는 정말 철이 없어서였겠지만, 진짜 그랬다면 나는 뮤지션이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 있었는데, 그게 멋져보여서 엄마에게 베이스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했었다. 자퇴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때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편지를 썼던거 같다. ㅋㅋㅋㅋㅋ) 만약 내가 자퇴를 하고 베이스기타를 배웠다면 난 달라졌을까 싶긴 한데, 별로 그럴거 같진 않다.. ㅋㅋㅋ 베이스가 뭔지도 모르고 졸라댔으니. 그래도 엄마는 혼자서 나와 동생을 키워야 하는 형편에 돈은 잘 벌었어도 바쁜 삶을 사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웃으면서 넘기는 그런 얘기지.
중학교는 무사히 그리고 무난하고도 아슬아슬하게 졸업하고, 고등학교로 갔다. 그때의 나는 정말이지 반항심 최고조였던거 같은데 그래도 딱히 사고를 치지는 않는 쭈구리였다. 그때 랩을 하고 싶어서 가사도 쓰고.. 그시절에 밀림이라는 지금의 사클 같은 사이트가 있었는데, 그때 좋았던 음원들 받아서 듣고, 그것들을 만든 예비 뮤지션(?)들의 팬질을 하고 그랬다. 어쩌다, 필연이라는 이름을 쓰는 분이 있었는데, 지금까지도 인연이 이어지지만 아직 얼굴한번 실제로 본 적 없는 그런 사람도 있고.. 뭐 막강아저씨나 이름은 기억 안나는 부산에 어떤 랩퍼의 습작들을 받아서 평가 아닌 평가들을 해주고 이러쿵저러쿵 아는것도 없는데 조언도 하고 그랬었다. 라임어택도 그때 되게 좋아했었는데.. 아직도 얼굴도 모름;
그러다가 대구힙동을 들어가서.. 정말 이 얘기는 별로 안하고 싶은데 자꾸 주홍글씨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ㅠㅠ 얘기라. 그때 인연이 닿은 어떤 오빠와는 아직도 간간히 안부를 전하고 몇년에 한번 볼까말까 하지만 가끔 만나면 음악얘기도 하고 사는 얘기도 하고 그런다. 그리고.. 문제의(?) 비코오빠는 맨날 나 고등학교때 쭈구리 시절에 싸가지 없었다며 놀려대고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자꾸 놀리고ㅠㅠ 으아.. 항상 느끼지만 처신 잘하며 살아야해..... 사..사... 좋아해요 비코오빠
사실 힙합도 좋고 랩도 하고 싶어서 들어갔던 동아리였는데, 들어가자마자 연애에 빠져섴ㅋㅋ 랩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못하고 낯가리고 수줍어했는데 자꾸 그걸 가지고 인사도 안하는 싸가지없는 아이; 가 되었던거다.
그때 좀 더 활발하게 다른 사람들이랑도 친하게 지내고 고딩인데도 클럽가고 그래봤으면 더 재밋는 삶이 되었을까 싶긴 한데, 지금도 충분히 놀고 있으니 후회는 안된다.
그 사이사이 나는 토이와 롤러코스터, 박효신의 음악들을 들으며 10대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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