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게 트라우마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겨를이 없이 사랑했다. 나의 과거의 연애들을 되짚어보자면 난 항상 이기적이었고, 뜨거웠으며, 어리석었던거 같다. 감각들을 믿다 진짜 중요한걸 생각하지 못했던거 같다. 나의 기분에 취해있었던거 같다. 사랑을 하고 있을지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말이다.
딱 10년전 그와의 연애를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그정도의 연애를 하지 않았던거 같다. 늘 서툴게만 해왔던거 같다. 생각해보면 그저 다양한 연애의 모습 중 하나였을텐데 왜 제대로 못하고 있었다고 생각한걸까. 어차피 다들 그정도의 연애를 할텐데.
오랜만에 어떻게 연락이 닿은 그와 만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이런저런 근황토크 후에 이어진 그때의 추억팔이. 그때의 약속. 마지막으로 내게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나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언젠가 그 말을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야말로 내게 그런 사랑을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내가 그런 사랑을 그런 연애를 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기에 너무 먼 길을 다른방향으로 걸어왔지.
서로의 빛나던 과거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도 괜찮아. 넌 멋진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까. 행복하길 빌어.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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