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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_say

고양이

by 40c 2021. 3. 17.




엊그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건너편에서 차도로 뛰어드는 고양이를 봤다. 앞서가던 차가 멈춰 섰다. 다행이다, 지나가는 고양이를 볼 수 있을까 했는데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고양이는 그 차에 부딪혔고, 차들은 그 고양이를 피해 가던 길을 가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충격으로 한참 펄쩍거리다 도로위에 쓰러졌다. 나는 바이크를 세우고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도로위에 있으면 더 끔찍한 일이 생길 것 같아 인도로 옮겼다. 근처 가게의 아저씨도 사고상황을 보고있던 터라 고양이를 보러 왔다. 한참을 움찔거리다 서서히 멈춘 움직임. 잔인하진 않지만 약간의 피를 흘리고 고양이는 그렇게 별로 가게 되었다. 그 아저씨는 고양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가게에서 상자를 가져와 묻어주겠다며 데려갔다. 눈앞에서 생명이 죽어가는 것을 처음 보게 되었다.

안타까웠다. 작년 추석때도 국도를 운전하다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몇마리 지나친 적이 있었다. 고양이도 알고 뛰어든 것은 아닐 것이고, 사람도 치고 싶어서 친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한심하게도 느껴졌다. 늘 그랬던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사람이 아닌 것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 동물을 우선해서 살아가야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생명을 대하는 최소한의 것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오는길에 일면식도 없는 예뻤던 고양이가 생각이 나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깊은 숨이 나오고, 약간의 눈물이 났다. 그리고 집에있는 나의 고양이들이 생각났다.

대단한 것은 해주지 못하더라도 살아있는동안은 책임을 져야한다는 마음에 기르는 아이들.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잘 살아주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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