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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이다. 회사 윗층에 공사로 인하여 하루종일 소음이 울렸다. 그래서 건네받은 이어플러그다. 이 이어플러그를 보고있자니 몇달 전 유튜브에서 알게된 한 사운드 디자이너의 이어플러그 사용기가 생각이 났다.
청력이 민감하기도 하고 큰 볼륨을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그녀는 클럽이나 공연장에서 이어플러그를 사용한다고 했다. 여러가지 이어플러그 사용기를 봤다. 덧붙인 글에 음악을 크게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존중한다는 말이 내게는 좀 새롭게 다가왔다. 엔지니어나 디제이가 조절하는 볼륨을 존중한다는 말이니까. 사실 작년 봄 즈음부터 볼륨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디제잉을 다시 하지도,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좋아하는 디제이 인데 선곡도 좋은거 같은데 왜 시끄럽고 집중이 되지 않을까?’ 그날 답을 알게 되었다. 볼륨이 적절치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날 이후부터 나는 클럽, 공연장 뿐만 아니라 모든 공간의 소리의 적절한 볼륨에 대해 생각했다. 그때 일하던 술집의 영향이 컸다. 각 곡마다 가진 볼륨이 다르니 주의해서 조절해달라는 사장님의 말. 곡이 바뀔때 가끔 볼륨을 조절하려 허둥거렸지만 그것이 좋은 공간의 마지막 인테리어인 음악을 케어한다는 것에 즐겁기도 했다.
십수년전부터 커피를 전공하고 팔기도 하는 일을 하며 카페라는 공간의 좋은 인테리어란 무엇일까 늘 생각하며 지냈다. 요즘에야 그런 일에 생각을 덜하고 있어 가물하지만 그땐 그게 뭐라고 과 동기와 저녁, 밤까지 커피와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때부터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 대한 정의가 생겼고, 마지막 인테리어는 음악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카페에서 일을 할 때. 물론 카페 뿐만이 아니라 공간을 제공하는 다양한 일을 할 때 내가 선곡한 곡들이 좋다고 해주는 사람들의 말이 좋았다. 그래서 어쩌면 이 일을 해야겠다 다짐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적절한 볼륨. 이 말은 작년 11월 처음 사람들 앞에서 디제이로서 플레이를 하기 전 주에 한 선배가 해준 얘기의 마지막도 볼륨을 잘 조절하라 였다. 그냥 볼륨이라고 말하기엔 범위는 굉장히 넓을 것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는 볼륨도 포함일 것이고, 각 장소마다 최적화된 스피커와의 조화를 위한 볼륨조절도 포함일 것이다.
몇달 전 초반에 말한 영상을 처음 접할 무렵 프로듀싱&비트메이킹을 배우기 시작했을때도 볼륨이 기본요소였다. 결국 소리의 기본요소 중 하나니까 당연할 것이다. 영상을 보고, 현장의 엔지니어나 디제이가 그 소리를 낸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그들의 권한이지 내 취향에 감놔라 배놔라 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들의 영역이 된 것이다.
어떤 음질의 음원을 선택하든, 어떤 매체로 플레이하든 개인의 몫이다. 나는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생각하는데 타인에겐 또다른 가치가 작용할 문제다. 타인의 볼륨엔 관심을 끄기로 했다. 내가 느끼기 부담스럽다면 내가 조절하면 되는 문제다. 내 볼륨엔 관심을 꺼주길 바란다. 이게 꼰대라면 꼰대같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