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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_say

세금내는 아이들

by 40c 2020. 9. 25.


지난 6월, 제주도 여행 중 머물렀던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저녁마다 파티 라는 것을 했다. 게스트 들이 일정 비용을 내고 그 곳을 머무르는 사람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안면을 트는 시간이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그날은 너무 피곤했고 주변에 마땅한 저녁거리를 파는 곳ㅇ 없었기에 늦었지만 참여해 저녁을 먹었다. 내 대각선 맞은편에 앉아있던 내 또래의 한 남자는 막 초등학교를 퇴직(?)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선생. 내 좁은 식견에서의 그런 직장은 쉽게 할 수 없는 일 일텐데. 그는 그 일을 과감히 그만두고 다른 직장으로 이직을 할 예정이라 했다. 그러면서 그가 교사로 있으면서 했던 일을 말해주는데 정말 세상이 많이 바뀌긴 했구나 싶었다.

내 초등학교 시절을 되짚기에는 졸업한지 이미 20년이 지나버려서 가물하지만 몇가지 기억에 남는 담임 선생님들의 지도들이 떠올랐다. 어느해는 동요도 아닌 대중가요도 아닌 특이한 음악들을 쉬는시간마다 틀어주시고, 그 쉬는 시간 중 20분 남짓 되는 긴 시간에는 반 아이들을 한명씩 돌아가며 모델로 세우고는 크로키를 하기도 했다. 어느해는 이상한 선을 토대로 자유롭게 상상하며 그리기 따위의 일들도 했었고, 어느해는 6명씩 조를 만들어 그 조가 학급 활동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스티커 하나씩을 부여해 학급 내에서 각 조들이 얼마나 활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일들도 했었다.

뿐만 아니라 그때 한참 나오던 어린이 신문을 가지고 매일 기사 스크랩을 해서 본인의 생각을 적는 노트를 만들거나, 각자의 가족에 대한 신문을 만드는 일도 했었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초등학교 때 재밋는 일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대각선 맞은편의 그 남자는 작년에 자신이 맡은 반 아이들과 함께 짧은 시간의 독립영화(?)를 촬영했다고 했다. 지금도 유튜브를 검색하면 나온다. 제목은 까먹었지만. 주인공 아이와 반 아이들이 연기를 하는 모습과 선생님이 직접 촬영을 하고 편집까지 해서 요즘 세대의 아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그래 내 초등학교 시절의 꿈은 가수였듯, 요즘 아이들의 꿈은 가수를 지나 유튜버라고 한다. 그 유튜브에 자신의 얼굴을 담은 영상을 만들어 업로드 해준 것이다.

그가 이 시국을 지나며 퇴직을 하고나자 맡았던 학급의 학부모들에게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촬영을 우리 아이가 많이 기다렸다고.

오늘 어디서 봤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세금내는 아이들 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초등학교 학급 내의 아이들은 각자 직업을 가지고 월급을 받고 세금을 내며, 남은 급여로 학급 내에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 월급으로는 원하는 자리에 앉거나, 재투자를 하거나, 창업을 할 수도 있는 듯 하다. 대신 직업에 대한 책임감도 가르치고 그러지 않을까? 월급을 많이 받는 직업은 그만큼 지식도 있어야 한다거나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돈이 중요한 세상이 되었다. 앞서 유튜버가 꿈이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했지만 또 다른 아이들 몇명은 건물주가 꿈인 세상이 되었다. 그만큼 돈의 흐름에 대해서 절대 무시하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는 말이겠다.

나는 배움이 짧지만 어린시절의 그런 학급활동이 앞으로 살아가는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교사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난 가끔 왜 의무교육에서 그런 경제활동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말을 하곤 한다. 하다못해 임대차계약에 대해서라도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부유한 집이든 가난한 집이든 알아야 뭘 하지. 오히려 부유하면 부모의 영향을 받아 더 잘 알 수 있을텐데 말이다.

출산율도 떨어지는 마당에 자라나는 아이들이 다양하고 건강한 교육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훌륭한 교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었다 해도 많은 선생들이 올바른 가르침을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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