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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놀기의 진수

[2016.12.24~2016.12.26] christmas in tokyo (1)

by 40c 2020. 5. 28.

도쿄는 9년 만이었다. 2007년 첫 해외여행지가 일본 오사카-도쿄 였는데, 그때는 극 성수기인데다 예약을 하기가 지금처럼 쉽지가 않았다.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로, 오사카에서 야간버스를 타고 도쿄로 갔다. 돌아올때는 역으로 야간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이 시국(코로나와 이전의 불매운동)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참 일본여행을 많이 다니고, 저가항공과 배들의 경쟁으로 저렴한 가격에 쉽고 편하게 다녀올 수 있었지만 그때는 한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도 많지 않았고, 배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 오사카 가는 크루즈가 편도 만원에 판매하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내가 갔을때는 왕복이 1~20은 했던거 같은데.. 물론 2주의 체류기간이 있었지만.

아무튼 그때 이후로 도쿄는 처음이었다. 2007년에 10일간 체류하며 각 스팟들을 하루에 한 곳을 다녀오기도 하고 느즈막히 나가서 일찍 집에 들어오는 여유로운 일정을 보냈어서 그다지 여러곳을 가야겠다는 목표는 없었던 것 같다.

신주쿠도 시부야도 가지 않고, 목적은 도쿄도청의 전망대를 다녀오겠다는 것 뿐이었다. 그리고 긴자에 있는 추억의 레스토랑을 가보는 것? 정도.

아무리 생각해도 내 성격에 이렇게 짧은 여행의 여행은 맞지 않는다.
여행을 준비하는 중에 내게 후쿠오카의 참맛을 알게 해준 오빠가 추천했던 마리오카트도 급 예약해서 다녀오기도 했다.

나리타 공항도 처음이었다. 가장 빠르게 우에노까지 가는 스카이라이너 열차였는데 생각해보면 이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에 그냥 조금 더 걸리는 열차를 타도 괜찮았겠다 생각이 들었다.

이동하는 열차 안에서 찍은 일본겨울의 하늘. 하늘도 맑음도 반가웠다.

종종하는 도촬. 어린아이와 어른. 깔맞춤이 귀엽다.

우에노 역에 도착하자마자 에비스바를 갔다. 처음 도쿄를 가서 마셨던 일본 맥주 중에 흑맥주가 기네스보다 맛있었던 기억이 있어서, 언젠가 일본을 가면 에비스 흑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후쿠오카에선 도통 구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는 생으로 즐길 수 있는 흑맥주다.

일본 여행에서 좋아하는건 런치타임에 즐기는 런치메뉴들. 프랜차이즈여서인지 메뉴에 한국어도 있다.

토마토 치즈 함바그를 시켰다. 생각보다 양은 적었지만 귀여운 플레이트에 감동! 철판 뜨거우니까 조심하라고 저렇게 종이 씌워 놓은거 너무 귀엽!

점심을 먹고 우에노역 빅카메라(였는지 요도바시였는지 기억이 가물..;)에 가서 미리 주문해둔 카메라들을 찾았다.

일포드 일회용 흑백카메라와 후지의 우츠룬데스(심플에이스). 종이곽에 들어있는 이 우츠룬데스는 30주년 한정판으로 나왔다. 나와 나이가 같은 우츠룬데스! 아직도 이거 하나는 고이고이 간직하는 중이다.

우츠룬데스는 포스팅을 한번 한 적이 있는데, 감도가 400과 1600짜리 두가지로 나온다.
1600짜리로는 마리오카트를 탈 때 촬영을 했었다.
플래쉬를 터트리면 즉석카메라로 찍은 느낌이 나서 좋다.

숙소에서 짐을 풀고 마리오카트를 타러 나와서 카구라자카를 걸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 장식을 한 와인도 팔고 길에서 케익도 팔고 생각보다 일본에서의 크리스마스는 좀 더 그 느낌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일본 야채들을 이렇게 보고 있으면 구매를 해서 요리를 하고 싶어진다. 깔끔하고 귀여운 느낌.

드럭스토어에서 가격비교(?) 한다고 찍었는데.. 이제와서 보면 굳이 이렇게 보따리상처럼 바리바리 사올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고. 그래도 일본 여행은 쇼핑하는 맛이었지!! ㅠㅠ 사지 않아도 그냥 뭔가를 구경하는 행위 자체가 즐겁다. 별 히안한 물건을 다 팔고 있으니까.. ㅎ

메인 거리를 쭉 나가서 첫 도쿄여행때도 카구라자카를 먼저왔었는데, 이른 저녁에 상점들이 문을 닫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최소 8-9시에는 문을 닫았던 카페들.. 요즘 한국도 그렇게 하지만 처음 봤을때는 저녁이 있는 삶인 것만 같아서 부러웠었다.

사진에 장소와 시간이 기록되어있지 않았다면 기억해내지 못하게 되었다. 어차피 기억이란건 하는 사람 마음대로 재편집 되는 거니까.
지하철에서 내려 마리오카트를 타러 가는길.

시간이 남아 마트구경.. ㅋㅋ 나라를 알려면 슈퍼마켓을 가야한다! 세상 재밋음.

사지도 먹지도 못하는 고기와 도시락들. 식생활이란 경이로운 것이다. 고기 부위가 이렇게 다르게 손질이 될 수도 있구나.

카트 업체에 도착했더니 낯선 외국인 가족과 동양인 가족들이 있었다. 이들에게 일본식 영어로 설명하는 직원. 마치 lost in translation 의 한 장면이 된 것 같은 일본식 영어. 그래도 대충 알아들었다. 선두에 직원이 운전하는거 잘 따라오라는 말 등등이었던듯.

이때 면허를 딴지 한달정도 되었는데, 무슨 용기였는지 국제면허증까지 발급받아서 카트를 탔다. 면허를 따고 연수도 한번 안하고 해외에서 운전해버리기..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너무 몰랐기 때문에 좌회전 우회전 헷갈리지 않았다는거..? 보통 한국 사람들이 호주나 일본같은 지역에서 운전하면 꼭 좌회전 우회전 하면서 역주행을 했다는 경험담을 들었었는데 나는 아예 그런 감이 없었어서 그냥 앞사람만 따라서 갔..

마리오카트니까 마리오 복장 하고 수염은 왜 루이지 수염을 달았는지..

출발하자마자 도착한 도쿄타워.

신호 대기중 한컷. 운전할때 휴대폰 사용은 하지말 것.

이때는 마리오카트가 막 유행하던 시점이라.. 이렇게 타고 있으면 길에서 사람들이 사진찍고 손흔들고 막 그랬었다. 마리오카트 홍보대사 된듯. 인사도 되게 열심히 했었다.

신호대기중. 생각하니까 설레네.

동영상도 신청해서 고프로로 운전하는 모습을 찍은게 있는데..
하 너무 부끄러워서 아직 내 외장하드에만 고이 간직하고 있다.
제대로 본 적은 없는듯;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블박마냥 앞모습을 찍을 껄 했다.

마리오카트 체험을 마치고 바로 긴자로 넘어가서 규카츠를 먹으러 갔다.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거의 라스트오더 즈음에 도착을 해서 먹었다.
생각보단 별로였던 기억이 난다.

마를 갈아 밥에 올렸는데 좀 미끈덩 거리는게 내 취향은 아님. 그냥 먹으라면 먹겠는데, 나토나 마 같은 식감이 밥이랑 붙으면 별로다.

야무지게 구워먹었다. 2년 후 교토에서 먹은 규카츠가 좀 더 맛있었음.

코로 먹는지 입으로 먹는지 모른채 규카츠를 흡입하고 긴자 뮤직 바를 갔다.
인스타에서 신이치오사와를 팔로우하면서 늘 이 곳을 올리는 걸 보고 도쿄에 가면 꼭 가야지 하고 체크해 둔 곳이다.

3층인가 4층.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있다. 너무 너무 마음에 들었던 공간. 2016년 12월에는 낮에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술을 파는 곳으로 변한다. 인테리어며 영업방식이며, 내용을 구성하는 것까지 어느하나 허투루 인 것이 없는 곳.

자리가 없어 스탠딩으로 대기하면서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주문하고 마시는 중에 자리가 생겨 창가쪽으로 옮겼다. 이날. 신이치오사와가 플레이를 하고 있었고, sade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술도 좋았고, 물수건도 좋았고.. 그래서 신이치오사와에게 어설픈 영어로 나 한국에서 왔는데 당신 팬이고 인스타로 이 곳을 알게되어서 왔다고 반갑다며 대화를 짧게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었다!

아직도 생각하면 설레네.. 휴

막차를 놓치면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막막하므로 마티니를 마시고 제임슨도 온더락으로 한잔 마시고 바로 나왔다.
어둑한 느낌의 bar와 음악과 술이 참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지하철에서 살짝 졸아서 내릴 곳을 지나칠 뻔 했지만 무사히 도착. 숙소로 오면서 이것저것 먹을거리를 샀다.

감동란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노른자가 이렇게 살짝 덜익은 상태의 계란 너무 좋아.
흰계란이어서 더 좋고.
나는 흰계란에 대한 로망이 있다. 계란도 좋아하지만 흰계란은 더 맛있는거 같다. 고소하고 담백하고.

그와중에 뭘 많이 샀었네.. 맥주와 디저트들과 야식..!
여행은 먹방이지!

다음날도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