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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_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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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40c 2019. 9.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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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마지막을 그렇게 발악해댔다. 며칠째 비가 오락가락 높은 습도와 한결 낮아진 밤공기탓에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땀이나고 몸이 으슬거리고 수십번의 재채기 끝에 감기가 오고 만 것이다. 아픈느낌이 오랜만이라 신기하고 재밋기도 하고(?) 핑계삼아 집안일을 내팽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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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관계를 돌이킬 생각 추호도 없다. 이미 이쪽에서 마무리 된 감정이라 생각했으니까. 내가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친구라면 바로잡아줄 수 있는거 아니냐고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녀는 그것조차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와서 곱씹어보면 하나같이 그런행동들 투성이었다. 배려도 없이 자기 감정만 앞세우는 사람. 그런것에 끌려다니기에는 나는 너무 30대 중반이다.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 싶다.

그래도 괜한 자존심에 인친을 유지하고는 있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녀는 내게 그런 가치가 없는 사람이다.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없는. 그런.

늘상 하는 말이지만 별로라고 소문난 사람들은 알고보니 정말 별로라서 씁쓸하다. 어느정도 포용해주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역시 그런걸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가보다.

어쨌거나 다행이다. 더이상 내가 마음 쓸 이유가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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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그가 나왔다. 그는 왜 내 감정을 말해주지 않았냐며 내게 다가왔지만, 꿈에서 깬 현실은 여전히 다가가기 힘든 사람 같다.

또 나를 잃는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이상하다.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전혀 이러지 않는데 꼭 특히 이성적으로 관심이 있으면 이렇게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동안 이런 감정을 갖기 싫었던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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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 두어갑 사서 폈고, 감기 덕에 다시 안피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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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원인제공은 내가 한게 아닐까. 몇명의 질긴 그녀들과의 인연을 끊어내며 느낀 결론이다. 연애도 아니고, 사랑도 아닌. 스스로 ‘강하다’ 혹은 ‘세다’ 라는 말 뒤에 내게 행했던 횡포들을 생각해본다. 그들이 그렇게 하게끔 나도 내 자신을 내버려뒀던건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나를 함부로 생각했던건 아닐까. 당연히 그래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가만히 있으니까 정말 날 가마니로 본거지. 능동적이지 못한 태도 뒤의 결과. 그게 바로 그들과의 절교인듯 하다. 그들을 탓할게 아니라 그런 상황에 놓이게 한 나를 반성해야겠다. 귀찮고, 아무렴 어떻고, 배려랍시고 수동적인 태도를 취한것이 서로에게 독이 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것. 필요한 것. 앞으론 그런걸 바라보며 살아야겠다. 약간의 참을성도 필요하겠고. 순응도 수긍도 당연히 해야겠지. 내가 갖고싶은걸 얻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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