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하는구나.
-네 그렇게 됐어요. 잘 해볼려구요.
축하해
-고마워요 누나.
몇마디 말을 주고받다가 사실 나 너 좋아한다는 말을 할려고 했다가 지웠다가를 몇번 반복했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몇번 이런 방식이 반복 되었던건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못된 심보 때문이리라. 나는 언제나 관계를 주도하지 못했던거 같은데, 거절이 두려워서일까 깨어짐이 두려워서 일까. 확신하지 못하는 것에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겠지.
지난 밤에는 영화를 보기 전에 맥주를 한잔 마시려다 오랜만에 선생님이 일하는 곳에서 마시게 된 술이라 고빨이 붙어버렸다. 두시간 남짓하는 시간동안 생맥주 두잔에 소주 한병 반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서는 길이었다. 버스를 겨우 탔지만 몇정거장 가지 않아 종점이었고, 나는 지하철 막차를 겨우 얻어타고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에 내렸다.
휘청휘청 길을 걷다 연습한것을 같은 구간을 몇번해서 반복해서 듣는건지. 왜 마음에 들지 않는건지. 어떤 피드백에서 기본기부터 익혀야겠다는 말이 머릿속을 지배해서인지. 그저 그가 보고싶은건지 알 수 없어서 휘청거렸다.
그래도 집에서 곧장 뻗어버려 잠이 들었고 제대로 잔건지 한번정도 깨고는 아침까지 눈을 뜨지 않았다.
아침엔 오랜만에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었다. 각설탕 3개를 넣고 벌컥벌컥. 숙취에서 벗어나려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될뻔 했다. 생각지 않게 심하게 각성되어 시티를 몰다가 혼자 나자빠질뻔 했던게 몇번. 그리고 일하다가 여기저기 부딧히고 힘이 풀리고 반복.
같이 밥먹는 사람의 식탐도 짜증이 났고, 쩝쩝거리는 소리도 짜증이 났다.
그런데도 이틀 전 새로 산 렌즈의 이물감이 심해서 눈에선 눈물이 주륵주륵 콧물도 같이.
여전히 그보다 더 깊게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는 나 자신. 모든게 짜증나는 날.
연습조차 엉망진창.
잘된건 노래방에서의 몇곡들 뿐이었던가.
낮에 먹은 밀가루들 덕분인지 저녁에도 이어지는 밀가루 탐닉. 양념치킨을 먹으며 문득 생각했다.
그 사람이 그렇게 신경쓰이는가 대체 왜?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법에 서툰 내가 그때처럼 똑같은 실수를 반복 할려고?
S의 사고로 인해 생긴 버릇. 좋아하면 말해야하고 보고싶으면 달려가야지.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할텐데. 나의 상상력과 편집증은 내가 좀 찌질해보여도 나를 만들어 주는건가. 생각했다. 그게 나인가.
나 사실 너한테 관심있었어. 처음부터 말할려고 했는데 기회를 놓쳐서 말 못했던거야. 몇번 너에게 다가갈려고 시도를 했는데 그때마다 너는 나를 밀어내는거 같아서 너는 나에게 별 관심이 없나보다 했거든. 근데도 말이야 나 자꾸 니가 신경쓰여. 이상해
오랜만에 찾아온 포만감에 이 씁쓸한 기름맛에 취해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깼다.
e's_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