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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매 해

by 40c 2019. 9. 15.



매 해 여름 새벽두시무렵이면 항상 잠에서 깼다. 갈증을 느껴 냉장고의 물을 벌컥벌컥 한참을 마시고 다시 거실의 쇼파위에 누워 잠시 열을 식혔다. 거기서 살짝 잠이 들었다가 네시쯤이면 다시 방으로 들어가 다시 잠을 자곤 했다. 엄마나 아빠가 거실에서 자고있던 나를 깨워주기도 했던 것 같다. 그때처럼 잠이 깼다. 갈증을 느꼈고, 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아 오렌지 주스를 마셨다. 쓰다보니 다음엔 스크류 드라이버를 만들어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갈증을 해결하고 다시 누웠는데.. 문득 월요일 아침에 들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그때처럼 미간이 찌푸려졌다. 월요일엔 그 느낌이 뭔지 몰랐는데 서러워졌다. 꼭 그런식으로 말을 해야만 했는건지 아직도 이해는 가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도 구질구질한 그의 말이었다. 반박도 우스울 상황이었다. 아, 그 후의 일년이 그냥 그런 생각 몇가지로 싸그리 구겨지는구나. 그에게 환멸을 느꼈다. 지난주에도 그랬지만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하고싶지 않았다. 역겨웠다. 우리 함께 울고 웃으며 같이 보낸 시간이 있지 않냐고 호소할때는 마음이 일었지만 이제 생각해보니 그것도 역겹다. 다시 미간이 찌푸려졌고 눈물이 났다. 근래에 이렇게 울어보긴 처음이다. ...애초에 타인에게 내 마음을 돌려받을 생각을 했다는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너무 씁쓸하고 서럽다.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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