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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_say

[2019.08.29 00:42] 공동주택에 산다는 것

by 40c 2019. 9. 4.

 

 


어쩌다보니 아파트에 살게 됐다. 살게된 경위를 살펴보면 이게 운이 좋은 탓인건지 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지만 여튼 자취생활 5년만에 아파트 라는 공동주택에 살게 되었다. 물론 이전에 살았던 원룸, 투룸들도 공동주택이긴 하겠지만 조금 더 정확한 개념의 공동주택에 살게 된 것이다. 20대 초반까지는 아파트에 살았다. 그때는 딱히 경제개념이 없어 관리비가 무엇인지, 생활하면서 지불해야하는 각종 공과금들의 개념을 잘 알지 못했는데 독립을 하면서 전기세, 가스비, 월세, 관리비 등등의 지출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좀 별개의 이야기지만 학창시절에 이런 경제개념들을 가정이 아닌 학교등에서 배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자취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야 뻔하지만, 이 아파트라는 곳은 참 신기하다. 모든 아파트가 그런걸까. 뉴스에서만 보던 말말말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카페에서도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택배트럭이 어쩌고, 주차문제가 어쩌고, 주변상권이, 담배가, 다들 좀 조심해주세요! 하는 이야기들이 끊임이 없다. 물론 내돈주고 사는 곳의 환경이 중요하겠지. 만약 내가 직접적으로 겪었다면 같은 마음을 가질까. 단지 내에서 담배연기를 맡으면 좀 불쾌해도, 어떤 상가가 좀 불친절하거나 마음에 안들어도, 이렇게 공론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이 늘 신기했다.

나는 많은것을 포용하는 인간도 아니다. 참을성이 많은 것도 아닌거 같은데, 그래도 어느정도는 눈감고 지날 수 있는거 아닐까 하는 마음에서 지나쳤던 것들이 사람들은 견딜 수 없나보다.

예시들이야 뉴스기사에서 보는 뻔한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이 늘 올라오는 카페였다.


오늘 집에 오는길에 상가 마트에 불이 꺼져있는것을 봤다. 엊그제까지 술을 샀던 그 마트가 말이다. 확장이라도 하는가 싶어 지나오면서 마트를 슥 둘러보니 내부에 짐을 다 빼고 있었다. 청소를 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아파트 카페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어젠가까지 영업을 하고 이제 문을 닫는다는 게시글이 올라와있었다.

가끔 불친절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마트였다. 나도 살짝 느꼈던 느낌이라 다들 비슷한걸 느꼈구나 했었던 마트였다. 그래도 인근에선 유일한 ‘마트’였기 때문에 그나마 편의점보다는 저렴하게 물건들을 구입하고 야채들도 구입할 수 있던 곳이었는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지 6개월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유는 다양하겠지. 그 중에 근처에 큰 규모의 마트가 생기는 영향도 있을 것이고, 아파트 카페의 글 영향도 없지는 않겠지. 싶었다.

그 게시글의 댓글에는 동조하는 여론(??) 때문인지 다들 잘됐다는 이야기 뿐이었다. 그 자리에 새로 생기는 편의점의 주인이 이전 마트의 주인이 아니라는 이야기에 정말 다행이에요! 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마트는 분명 편의점보다는 저렴했고, 물건이 다양했다. 정말 사라지는게 좋은 일일까.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나만 그 몇백원이 아쉽고, 그 야채들이 아쉬운걸까. 싶어졌다.


어딜가나 주차문제는 없을래야 없을 수 없다. 특히 아파트는 각 세대마다 정해진 주차수가 정해져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할 것이다.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치열한 주차전쟁. 내가 사는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정해지지 않은 주차공간에 주차를 해서 통로를 막는다거나, 2대가 주차 가능한 주차공간에 혼자 버젓이 주차해놓은 외제차(중요)가 내가 사는 아파트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차단기 때문에도 말들이 많다. 외부로 나가는 사람들이 양심없이 아파트 내에 주차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들은 모두 입주민, 이웃을 배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카페에선 주차이야기도 종종 올라온다.

왜 그들은 양심없이 주차를 하는 것일까.?


담배도 마찬가지다. 나도 한때 흡연자였지만 내가 담배를 끊지 않았으면 세상 원수가 되었을 것 같은 게시글과 관리사무소 방송, 엘레베이터에 붙이는 주의 글까지. 예전에 금연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주의를 주고 많은 흡연자들이 무시를 한다. 흡연을 불편해 하는 사람들도 안타깝고, 흡연자들도 안타깝다. 그리고 담배를 끊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말들만 강력하게 이어지는 곳. 어딜가나 사람들의 말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먼저 나서서 뭔가를 진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책임지기는 싫고, 불만은 토로해야겠고, 그런 모습들만 보고 있어서 씁쓸할 따름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그들과 다를바 없는거 같긴하다. 입주민대표회의 투표를 한것도 아니고, 내가 나서서 뭔가를 하는것도 아닌데, 방구석 여포마냥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조금만 양보하고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조금만 더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로 살 수는 없을까. 생각하는 공동주택의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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