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match shiosai
해뜰무렵의 운무를 봤다. 난 이런걸 좋아해 까진 아니더라도 약간의 설레임이 느껴진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음악의 소리냄새와 클럽특유의 냄새와 담배냄새를 가득 품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밤새 함께 놀았던 동생을 보내고 홀로 버스정류장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좋아하는 가수다. 그리고 한때 연습했던 음악이 흐르고 나는 중얼중얼 아니 조금 더 크게 노래를 불렀다. 길가에 지나는 사람하나 없었기에 가능했던 일인거다. 버스 안에는 낯선 사람들이 있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창밖을 내다 보았다. 하나하나 지나가는 풍경들. 고요한 아침이다. 여름이 가고 있다.
실은 죽음에 대해 몇번이고 노트에 글을 썼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스스로는 그 죽음을 받아들였지만 뭔가 글로 토해내긴 어려운거다. 잊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한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였다. 나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사정이 생겨 집으로 돌아갔고, 그 길에 내가 연락을 했고, 친구가 연락을 했지만 서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 친구의 죽음은 그 다음날 들을 수 있었다.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슬펏으니까 울었겠지. 그녀를 보내는 그 자리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내 몸을 털지 않았다.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인데 장례식장에 다녀오면 옷을 털어내야 한다고 했다. 귀신이 붙어 있을 수 있으니까. 이런 이유인건가. 쨋든, 그 죽음 이후에 스무살이 넘어서 어떤 죽음들을 맞이 했을 때 나는 사람들과는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된거 같다. 귀신이 붙어서인건가.
언젠가 쓴적이 있다. 죽어도 여한은 없지만 당장 죽고 싶진 않다고,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즐기며 살고 있다.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을만큼 살아가는거다. 그래서 막 살겠다는건 아니다.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거다. 그러면 당장 죽어도 사람들은 '너는 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았으니까 잘 떠날 수 있을꺼야' 부고가 될 수 있겠지. 그런데 나는 지금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는건가. 그 물음엔 자신이 없다.
나는 매년 여름이라는 계절에 밤을 샌다. 아마도 작년 여름에는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즐겁게 아침해를 맞이했고, 그 전에는 일본엘 다녀왔고, 그 전해에는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침을 맞이했다. 또 그전에는.. 여행이라거나 다른 밤샘이라거나.. 등등. 여름엔 그랬다. 그래서 여름에 해가 뜨는 풍경이 익숙하다.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익숙하다. 비록 나는 아침에 잠이 들어 매미의 소리나 공사하는 소리때문에 언제나 푸석한 상태였지만.
아침이 온다는 것이 언젠가는 두렵기도 했다. 아침 해가 뜰 때 쯤 하늘이 파랗게 변하는 걸 보면 견딜 수 없었다. 억지로 잠도 청해보고 이불도 덮어쓰고 그렇게 그 파란하늘을 눈에서 지우기도 했다.
지금은 익숙한 해뜰무렵의 파란하늘이지만.
누군가의 쿠페에서 흐르는 오래된 jazz
비구름이 금새 가까워지는 여름이 가네낮잠은 변명이야
그 손가락으로 등까지 다시 꿰뚫어 줘
꽃의 꿀에 가련하게 덧없이 빠져들어가네 나비처럼
파도소리는 점점 멀어져가네 사라지듯이
이제는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 남겨진 비치 체어
사랑에 지쳐버린 여름이 가네
리나리아가 말라가는 가을 외로움도 커지겠지
만족스러웠어
마음은 이미 쏟아져 내리는 비
격렬한 사랑에 부딪혀서 나비처럼 날지 못한 채밀물의 파도소리는 멀어져가네 도망치듯이
어째서 시간은
어째서 꿈은 어째서 하늘은 어째서 바다는 어째서 당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