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인지 이렇게 하얗게 밤을 샌 날이. 아니 종종 새곤 했던가. 동이 트기 직전에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공기-이것은 해가 진 직후에 나는 냄새와 같다-는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나는 몇가지의 생각에 휩쓸려 이곳까지 왔다.
말, 또는 글. 이것은 자신의 내면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그 사람의 말과 글을 동경하고 탐닉하였으나 그것이 부분일 뿐이라는 것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길래 고통스러워 했던가. 남자나 여자를 구분지어 말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의 말은 그렇다. 소위 허세라고 불리우는 것들 또한 그렇다. 웅크리고 있는 자신의 내면 혹은 이렇게라도 이해받고 싶은 작은 욕구들이다. 그것은 그 사람을 동경하고 탐닉하게 될 수 있을지언정 비난을 해선 안된다. 시인에게 허세를 부린다고 하지는 않지 않은가. 모든 인간은 시인일 수 있을 것이고, 말과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남자나 여자를 꾸미는 것은 그 인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가치관이다. 예컨대 말이 몸을 꾸미고 있다고 치부하거나 글은 단지 허세일 뿐이라고 단정짓는 몇가지의 경우들이다. 당신은 그 내면을 들여다 보았는가. 어쩌면, 그럴 필요조차도 없다고 단정짓는건가. 다른 것은 단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은 아닌데 왜 말과 생각이 아귀가 맞지 않는지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몇가지 부질없는 생각들. 굳이 이런 생각조차 해주지 않아도 될 것을 종종 하곤 한다. 당신이 나에게 혹은 내가 당신에게 그러하다. 하나의 단어로 '오지랖'. 내가 그 종교를 믿지 않는 것은 나 스스로가 '오지랖'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선적인 인간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그러하다고 일반화하진 않겠다. 그리고 사양하겠다.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나에게 그러하여도 괜찮으나 내가 보답해 줄 것은 없으므로 감사하며 미안하다. 허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 나에게 그러하는 것은 정중히 사양하겠다-이것은 나의 일이니-. 그래서 위선적으로 보인다. 당신의 신앙을 내세워 날 아끼는 척을 하지 말라. 혹시나 내가 종교를 가지더라도 이 작은 방 안에서 이룰 일이니.
내가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가. 나는 마음속 수면이 일렁이는 사람이다. 때로는 고요하게, 때로는 거친 파도가 되는 사람이다. 적당한 선까진 원한다면 맞춰줄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의 선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나는 알 수 없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몇가지. 이 새벽의 흔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