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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내 생에 첫

by 40c 2009. 4. 13.


 내 생에 첫 자전거는 아마도 이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사게 된 자전거였다. 두바퀴에 양쪽에 보조바퀴가 달려있는 지금은 내겐 아주 작은 자전거다. 물론 가지고 있진 않다. 나 혹은 동생의 생일 선물이었고, 딱히 선물의 느낌을 갖지 않고 받았던 것 같다. 학원강사셨던 아빠가 출근 전에 항상 자전거를 타셨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 아빠가 서프라이즈한 선물을 줬던 것 같다. 나는 자전거나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와서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단지를 휘저으며 다녔던 기억이 난다. 커브(??)를 돌때는 항상 중심을 잡지 못해서 무릎이 크게 깨졌고, 상처가 생기고 흉터가 남았다. 지금도 아주 자랑스럽게 내 무릎에 남아있다. 그리고 나이가 조금 더 들 수록 자전거는 커졌고 나의 무대(??)도 인근 아파트까지 커지게 되었다.
 나의 스무살-아주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해 이기도 하다. 그 중에 한 친구의 계획으로 나는 '동해안 7번국도'를 자전거로 여행하게 되었고, 이 기억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기억이 될 것이다. 사실 여행은 얼떨결에 준비가 되었고, 마음가짐은 좀 부족했다. 딱히 어떤것을 얻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계획도 없었다. 잠을 자는 문제의 해결이라거나 밥을 먹는 문제의 해결은 같이 동행해주신 어떤 분의 덕에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이 때 나는 제법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동네를 주름잡던 실력의 소유자였지만hh. 몇몇의 찰나는 나의 머릿속에 있다. 끝없는 고속도로 같은 자동차 전용도로와 경상도에서 강원도로 넘어가던 경계의 산, 바닷가. 그리고 내리막들.
 그리고 스물한살. 혼자서 떠났던 여행에서의 제주도. 자전거 하이킹. 이 여행의 모든 것은 나의 계획 이었고, 의지였다. 제주도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달리기. 황사가 섞였던 바람, 혼자라는 서러움, 시행착오, 어떤 인연. 그리고 일출과 등산까지. 글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이 기나긴 밤을 모두 다해서 말해주고픈 그런 이야기들. 달리는 것이 너무 좋았던 그 때.
 달리는 순간 모든 공기가 나를 스쳐 지나간다. 이것은 스쿠터와는 개념이 좀 다르다. 왜냐하면 스쿠터에서의 공기는 너무 강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오직 자전거. 그것이 가지는 성질들이 너무 좋다. 바람을 더 포근히 느끼고 산뜻하게 느낄 수 있는 성질이 좋다.
 자전거를 몇 대를 구입한 적이 있다. 빈폴형 자전거-앞바퀴가 큰-와 요즘 유행하는 미니 벨로 스타일의 자전거들, 모두 도난당하긴 했지만 그 자전거가 있으므로 나는 너무 재미있었다. 잃어버린건 내 것이 아니어서 인걸까.
 어쨋거나 오늘, 휴일을 보내며 재미있는 개그프로의 시작을 기다리다 문득.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었고, 동생이 어디서 가져온 기어조절이 되지 않고 뒷바퀴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전거를 가지고 길을 나섰다. 그리고 달렸다. 그 순간, 여름을 흉내내는 공기는 사라지고 다시 봄의 수줍은 공기가 내게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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