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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_say

거울치료

by 40c 2024. 1. 7.




십수년전 나는 누군가를 탐닉한 적이 있었다.

그게 사랑일거라 생각했었다. 그는 감각적이었고, 자신감이 넘쳤으며, 꽤 섹시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식으로 누군가를 탐닉한 적이 있었다.

그들에게 관심받기 위해 그들처럼 말하려 노력했었다.

그게 사랑일거라 생각했었다.



대체적으로 남성들은 그런 관심에 대해 거부감을 표현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반대로 여성들은 그런 관심이 상대방이 이상형이 아니라면 상당한 거부감을 표현하곤 한다. (나만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나처럼 생각하는 여자들이 꽤 있는거 같다. )

거부감이 든다. 우연한 자리에서 단 한번, 아주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눴음에도 근 일년이란 시간동안 나를 좋아한다며 내 주변 사람들에게 떠벌리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그의 첫인상은 나보다 최소 5년은 늙어보이는 아이가 둘 정도는 딸린 유부남으로 음악과 술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집에서 쫓겨나 자신의 작업실에서 쓸쓸히 누워 자고 있다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나와 동갑내기인 싱글 이었을 것이다.

또 어떤 이도 별로 오간 대화가 없이 이 블로그에 들어와 오랜 나의 기록들을 보고 내 감성이 좋네 어쩌네 떠벌거리며 내게 칭찬인지 뭔지를 늘어놓았다. 역시나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글에서 쓰고싶은 말은, 그들이 내게 했던 것 처럼, 내가 누군가에게 나 혼자만의 감상으로 어떤 이를 탐닉하고 상상하는 그런 것들은 상대방에게는 꽤나 거부감이 드는 일이 아닐까, 하는 거울치료가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스스로 그것을 깨닫고 다가가는 방식을 바꿔보고자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도 언감생심 내가 그 어떤이와 잘 이어질 수 있을까 위축되어버린다.

그저 그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 지는 것이 좋을텐데,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그를 함부로 탐닉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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