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표현하자면 미치광이 완벽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게으르고 느슨하고 타협을 좋아라 하는 쪽의 인간이다. 공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학창시절에는 성적은 늘 바닥을 기곤 했었다. 하지만 피드백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고2무렵에 함께 다니던 무리 중의 한 명이 내게 '넌 수학말곤 잘 하는게 없네. 수학을 잘하니까 계산적이려나'라고 넌지시 말했는데, 나는 그 말에 반응하여 몇몇 과목과 평균의 점수를 20점이상으로 올리는 성과(??)를 보였었다-20점이상을 올릴만큼 성적이 낮았다. 라떼아트의 경우에도 사실은 관심도 없고-오히려 경멸하는 편이었지만, 함께 일했던 분이 자극을 주셔서(^^ 참 싫은 사람이었던,) 어느정도는 하게 되었다. 아직 부족한 아트실력이지만 나름은 어느정도는 한다. 그 이상은 하고 싶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언니는 커피가 얼마나 좋아요? - 니가 날 좋아하는 만큼? 농담이고, 커피가 반응해 주는 만큼 좋아. 내가 노력하는 만큼 반응을 해 주고, 날 자극 시켜 주니까. 그만큼 좋지. 요즘은 내가 그만큼 자극을 받고 있나. 하는 마음에 좀.. 안타깝긴 하지만. - 커피를 키우시나. 흠
문득 이런 질문을 받고, 대답을 하다보니 생각이 났다. 굉장한 피드백이다. 물론 이런 피드백은 커피 뿐만이 아니라 오빠도 주고 있지만 새삼 느낀다. 굉장하다는 것을. 그래서 이미 졸업한 지 일년이 지났고, 늦었을지도 모르고, 필요없다고도 말할지도 모르는 공부를 하고 있다. 이 공부는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변해가는 사람들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적당히 하는 것도 좋지만 적당히 하기 위해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더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이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인지는 하고 있으니까. 자신이 아는 것이 전부인 듯 최고인 듯한 착각을 가지고 있다. 더 넓고 더 많고 더 만만치 않은데 말이다.
커피는 음식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의 일부이다. 그래서 별 것이 아닐 수도 있고, 굉장한 것일 수도 있다. 아주 어려운 기술을 가지고 있는 듯이 행세하지만 별 것 아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단순한 '기술' 에 대해서는 3시간에 배울 수도 있고, 2주만에 마스터 할 수도 있고, 평생 걸려도 찾지 못할 수도 있다-아직 평생동안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술에 대해서 연구하진 못했지만. 하지만 그 깊이라거나 에스프레소를 향한 마음 같은건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마음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라. 기술이 없던 차에 이거다 싶어서 기술을 배웠기 때문에 커피가 좋은 건지. 커피가 좋기 때문에 기술을 배운건지. 앞서 말했듯이 커피는 음식이다. 바리스타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하는 요리사 중의 한명이다. 오빠의 예로 밥을 하는것 처럼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고, 누구나 다르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감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본고장을 따라가긴 힘든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김치가 다른나라에서 따라하기 쉽지 않은 것 처럼 말이다. 그 나라 사람들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찾듯이 '카페-커피'를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에스프레소에 대해 말하면 그 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대단한 행위를 하는 것 처럼 행세를 하고, 그 음료를 주문 받는 사람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단지 음식일 뿐이고, 입맛의 차이일 뿐인 것 인데 말이다. 김치처럼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속 재료가 다르며, 먹는 사람이 겉절이를 좋아하는지, 신김치를 좋아하는지, 볶은김치를 좋아하는지, 김치찌개를 좋아하는지 같은 입맛의 차이일 뿐인 것이다. 그 나라에선 일상적인 것인데, 우리는 외국에서 들여온 문화이므로 고급문화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 쌀은 농부의 피와 땀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톨도 아깝게 생각해선 안되고 떨어진 것도 다 먹어야 된다고 했었다. 커피도 마찬가지. 커피콩 한알한알이 올바른 노동의 댓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소중한 것이다. 커피의 경작과 수확, 무역을 통한 교류, 로스팅, 그리고 바리스타가 하는 마지막 추출의 순간까지 모두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고객이 마시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그것은 굉장한 것. 그 마음만은 별 것 아닌것이 아닌 굉장한 것이다.
커피를 파는 곳은 커피 한 잔 뿐만 아니라 그 순간의 공간과 공기를 모두 함께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커피는 단순한 음식이 아닌 감성의 음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 커피를 만들어서 파는 사람은 알아야 한다. 커피를 돈 주고 사먹는 사람도 알아야 한다. 애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질은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이래서야 자판기와 다를게 뭐가 있을까. 난무하는 졸업장, 수료증, 자격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종잇조각이 절대적이진 않은 것이라고-나는 졸업장과 자격증이라는 종잇조각을 가지고 있다.
- to be continue.
'cosmos' 카테고리의 다른 글
090320 Rainyday (0) | 2009.03.27 |
---|---|
- (0) | 2009.03.27 |
090318 Relation (0) | 2009.03.27 |
090315 Moonlight (0) | 2009.03.27 |
090314 coffee (0) | 2009.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