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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신물이

by 40c 2009. 4. 18.








 신물이 날 정도로 구토를 하고, 그 정신으로 밤 거리를 뛰어다닐 때가 언제였던가. 나는 그 후로 과음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취하지 않는건지 그만큼 마시지 않는건지 어떤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쨋든. 갑자기 아주 갑자기. 필름이 끊길 때 까지 술을 마시고 구토를 하고 울고 떠들고 소리를 지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상대는 누구라도 좋다. 나 혼자라도 좋다. 하지만 같이 구토를 하고 울고 떠들고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 대학을 입학하기 전. 그러니까 고등학교시절에 나는 어쩌다 만난 사람들과 술을 진탕마시고 괴로워하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뭐가 그리 힘들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그런 시덥잖은 사랑때문이긴 한데.. 그게 그리도 힘들일이었던가. 그리도 아파할만큼 괴로운 것이었나.
 어젯밤 그 밤을 맞으며 나는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폈다. 창밖으로 내뱉은 연기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속은 어지러웠고 나는 20살 때 밤을 새고 돌아오던 그 새벽에 피우던 담배를 생각했다. 나에게 있어서 이 말보로는 그런기억을 준다. 푸른기가 있는 새벽에 그 새벽냄새와 말보로의 냄새가 섞여 잠을 못잔 코끝으로 들어와 눈도 얼굴도 모두 충혈되던 그런기억. 뭐 그때는 레드였지만.
 그리고 4년이 지났다. 나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곳에 있지만 그때와 비슷한 감성을 지니는 듯하다. 흔들리는 감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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