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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os

나와는

by 40c 2009. 9. 3.










나와는 생일이 한달이 차이났다. 그러니까 한달 뒤에 그 아이의 생일이었다. 이것도 인연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다른 동에 살았는데 비슷한 층이여서 전화기를 들고 서로 화상통화라며 창밖을 보며 통화도 가끔 했다. 아마 우리가 만난건 그 아이가 이사를 왔을 때 였던 것 같다. 혼자 동네를 다니다 심심해서 어디 이사오는 집에 내 또래의 아이가 있으면 괜히 가서 말 걸고 이야기 하고 그랬었다. 막 이사를 온 그 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로 갔다. 흙이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않은 놀이터였는데, 꽤나 신나게 놀았던 것 같다. 그게 벌써 16년전 이야기다. 1993년. 내가 처음으로 이 동네로 이사왔던 해. 그 해 9월에는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가 생겼고, 우리는 함께 학교를 다녔다. 방과후에는 동네친구들과 함께 이런저런 놀이를 했던 것 같다. 자전거도 타고 고무줄 놀이도 하고. 그 아이와 나의 생활은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우리는 맞벌이였고, 그 아이는 외벌이였다. 생활이 많이 달랐다. 그래도 친구였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우리는 늘 다른 반 이었고, 나는 많이 아쉬웠는데 그 아이는 어땠는지 잘 모르겠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근처 또래 친구들과 함께 글짓기 과외 같은것도 받았고, 미술과외 같은것도 함께 배웠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제법 많았다. 나와 같은 나이의 친구들이. 반도 각자 달랐고 집안의 환경같은것도 많이 달랐던 것 같다. 동네친구들은 자연스레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 각자의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고, 아마도.. 그 이후에 누군가가 이사를 갔다거나 하는 소식이 가끔 들릴 뿐 아쉬운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진 않은 것 같다. 그냥 그랬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나는 그 이후에 스스로에 대한 변화 라거나 주변의 시선에 대한 많은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도 꽤나 먼 곳으로 배정 받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학교에 가게 되었다.
처음 말했던 친구, M은 고등학교 때 다시 만났다. 가끔 M의 어머니가 태워주시는 차를 타고 학교에 등교했지만 우리는 들어가는 학교 입구부터도 달랐다. 인문계 자연계 이렇게 나눠진 반 생활이어서였다. 우리의 학교 생활은 많이 달랐다. 주변 친구들에게 그닥 소문이 좋지 않았던 나와 언제나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M이었다. 우리는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짧은 눈인사를 하며 지나치곤 했었다. 그냥 그런것에는 안타깝다거나 슬픈 마음은 없었다. 이건 내 생활이었고, 그건 M의 생활이었을테니까. 그렇게 우리는 졸업을 했고, 나는 그 아파트에서 이사를 했고, 가끔 그 동네로 가곤 하지만 M의 소식은 잘 모르게 그렇게 지나게 되었다. 문득, 파도를 타다 M의 홈피까지 가게 되었다. M은 그 이후에 꽤나 안정적인 생활을 보낸 것 같다. 열등감에 하는 말이 아니라 M의 집은 정말로 안정적인 집이었으니까. 당연히 그런거겠지. 내가 지금 이런 생활, 이런 글을 쓰는건 내가 살아온 어떤 삶이 있으니까 여기까지 있는거야. 축복받지 못한 삶은 없는거고, 그저 인생이란 이럴 뿐이라고 생각하니까. 슬프지 않다. 그런데 M.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웃는 얼굴에 보조개가 참 이쁘다. 그건 변하지 않았다. 나는 많이 변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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