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매해 여름이면 뜬눈으로 밤을 꼴딱 보낸 것 같다. 작년에는 같이 일하던 사람들과 밤새 술을 마셨고, 재작년에는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서 밤을 샜고, 또 그 전 해에는 편의점에서 새벽알바를 했고, 또 그 전 해에는 방학 전, 실컷 놀았던.. 몇가지. 그리고 고등학교때는 그냥 밤을 새고 학교가서 또 자고 뭐 그런 생활을 지낸 것 같다.
잠을 자다가도 열대야 때문에 다시 일어나서 물을 한컵 마신다. 오늘처럼 말이다.
여름의 밤은 다른 계절의 밤과 새벽과는 또 달라서 느낌이 새롭다. 나는 그 새벽의 푸르스름한 기운을 좋아한것 같은데 요즘은 그 시간이 오는게 좀 무섭다. 알 수 없는 외로움 같은것도 느껴지고 그래서 일부러 그 시간에는 창문을 꼭꼭 닫고 억지로 잠을 청한다. 이불을 한참 덮고 있다가 푸름이 가시면 다시 일어난다.
뜨거운 여름에 내가 가진 열정을 밤에도 쏟아내어 결국엔 가을, 겨울에는 다시 긴긴 잠을 잔다. 그리고 다음 해 여름이 오면 나는 또 불면에 시달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