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냄새는 습기를 살짝 머금은 풋풋한 풀의 냄새가 났다. 빗방울이 몇방울 떨어지다 다시 사라졌다. 오늘은 세번의 편두통 직전의 눈의 반짝거림을 경험하였고, 그리고 뒷머리가 살짝 저리며 허리가 살짝 아팟다. 비가 오려나, 농담섞인 말에 사장님은 피식 웃으시기도 했다. 별 다를 것 없는 오늘을 보냈다. 월요일이어서가 아니라 원래 손님은 없었고, 어색한 장난을 받아주기가 힘들었는지 몸은 여전히 고되었다. 나는 가끔 그 사람을 생각했으며, 갑작스럽게 약속을 깨트린 후배녀석도 생각했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했었나.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그 사람과의 관계는 끝이 났고, 나는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은 사람을 억지로 좋아하며 스토킹을 하는 사람은 아니므로 다른사람을 만난다면 하고 상상을 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읽었던 신문의 가십거리같은 에세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천박한 글이 내 머리를 끄덕이게 했다. 나 또한 그러한 이유로 그 사람을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남자의 관점은 어떠할까. 고민도 되었지만 이런 질문을 던져볼만한 남자는 주변에 없다.
봄은 소리소문없이 왔다가 가겠지. 나는 꽃의 비도 맞지 못했고, 바다도 못봤지만 그런건 애초에 중요하지 않았다. 그 사람 또한 중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글과 사진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러하다. 내가 기억하는건 오로지 그 사람과 보낸 그 날 뿐이겠지. 몸이 기억하는건 아닌게 아니라 몸만 기억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봄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런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조금 나아졌고, 머리는 아직 아프다. 봄을 떠나보내려는 비의 소리가 찰랑찰랑 들려오고, 나는 이 글을 시작할 때 쯤에 들렸던 고양이의 비명소리를 기억하며 잠이 들겠지. 딱히 별 다를 것 없는 나의 일상들인데 활력이 느껴지지 않는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은 요즘 많이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