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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에서

40c 2024. 1. 7. 13:25



대학을 졸업한 해에 나는 서울로 상경을 했다. 이모집에서 살면서 서울에서 일을 했는데, 처음엔 교대역 빵집겸 카페에서 일을 하다가 명동에 있는 한 백화점에 카페로 일자리를 옮겼다.

명동에서의 일은 꽤 재미있었다. 백화점에서 일하는 것 보다 퇴근 후 명동거리를 다니며 관광객을 보는 것과 길거리에서 귀를 뚫거나 소소한 쇼핑을 하는 것, 가끔 청계천으로 가서 길을 걷기도 하고, 삼청동에 있는 카페를 요즘 젊은이들이 하듯이 순례하기도 했다.

그때에는 커피를 좋아했기에 커피모임에 가서 사람들을 만났다. 홍대 놀이터 근처에 있던 카페에서 커피와 와인을 마시기도 했고, 인천에 있는 규모가 큰 카페에서 밤새 바리스타 대회를 구경하기도 했다. 마포에 있는 커피용품점을 들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거기엔 늘 그가 있었다. 몇년 전에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던 그가 있었다. 잊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크리스마스의 활기찬 명동거리를 보니 문득 그가 생각이 났다.

안부도 물을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려서 내 기억속의 그는 여전히 20대 초반 언저리에 남아있는데, 내 옆에는 다른 사람이 서 있었다. 묘한 감정들이 교차했다.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는 다른 새로운 사람들과 보냈다.

이제 기억에서 꺼내기에도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버렸다. 앞으로 그를 추억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