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향 가게 lisn
좋아하는 분야가 많은 편이라 늘 돈은 부족한 편이다. 덕분에 깊게는 파고들지 못하기도 한다. 그나마 애플뮤직덕에 열심히 음악을 디깅하는 정도? 옷도 구제만 사들이고 물건을 사도 적당히 저렴한 가격을 찾기 때문에 늘 부족한 부분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누가 그러던데, 부자가 될려면 가성비 따지지 말라고, 시간에 돈을 쓰라고.
명품은 꿈도 못꾸는 삶이지만 그나마 사치아닌 사치를 부리는 부분은 향수가 아닐까 싶다. 이것도 막 크게 비싼 향수를 쓰진 않는데, 그래도 향에 대한 고집은 술, 음악, 담배에 대한 고집같이 좀 있는 편이라 정말로 취향을 탄다고 할 수 있다. 예를들면 정말 내가 좋아하는 향이어야 나에게 어울리고, 주변에서도 너랑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어떤날은 같이 고깃집에 갔던 사람이 페브리즈 대신 뿌리자며 본인의 향수를 내게 뿌려줬는데, 전적으로 그 사람의 취향인 페로몬이라. 너무 기분이 다운될 정도로 싫은 느낌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언니 아닌거 같다는 이야기 까지 들었더랬다. 그때 느꼈다. 향은 본인이 좋아하는걸 뿌려야 어울리는구나. 하고. 그래서 나는 내 취향의 향수만 선호한다.
한동안 향수에 관한 에세이를 쓴 적이 있었다. 시리즈도 아니고 옴니버스도 아니고 그냥 그 향수에 대한 단상. 반응도 꽤 좋았는데 다 날아가버림. 향기마냥.
향수에 이어 향에 대한 몇가지 단상도 있는데, 20대 초반에는 집에 방 안에서 향을 열심히 때웠(??)다. 그때는 뭐가 뭔지도 모른채 인터넷에서 파는 싸구려 향을 태우거나 하다가 비싼 향도 한번씩 사고 그랬던거 같다. 그러다 문득 어느날 방 안에 들어갔는데 할아버지 냄새가 나서 그 후로는 향을 태우지 않게 됐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특정 장소의 향은 누구나 그렇듯이 어떤 기억들을 불러일으켜서 향수를 느끼게 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노트중에 패츌리가 있다. 향수를 고를 때 패츌리가 있는지 항상 확인을 하는 습관마저 생겼는데, 그 향이 콘 모양으로 만들어진 향이 있어서 구매를 했었다. 뜬금없이 블라디보스톡에서. ㅎㅎㅎㅎ. 그래도 만족스러웠던 향이었다. 그때 몇가지 더 사오긴 했는데 알고보니 한국에서도 팔고 하는 향이어서 왜 그걸 샀지. 하는 생각을 했었지.
작년에 자은이와 교토를 여행할 때, 나만의 특색있는 여행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교토의 한 백화점에 있는 향 가게를 갔었다.
교토는 오래된 가게들이 많다고 한다. 2-300년은 기본으로 되었다던데, 향 가게도 꽤나 많다던데, 그 중에 전통적인 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낸 lisn을 가게 되었다.
내부는 동영상으로 밖에 촬영하지 못했어서, 사진은 없는데 전체적으로 어두운 실내에 향들을 비추는 조명이 있다. 컬러별로 향이 각기 다르고, 컨셉에 따라 향을 별도로 분류해서 모음집형식으로 판매도 하고, 낱개 구매도 가능하고, 한가지 향만 구매도 가능하고 향을 태울때 필요한 각종 소품들도 함께 판매하는 뭐랄까. 애플을 수식하기엔 좀 다를까 싶은데도 그 심플함과 세련됨은 마치 애플이 생각이 났다. 정확히는 애플스토어 같은 느낌.
한참을 향들을 맡고 다니다. 그때 꽂힌 향 10피스, 사실 선물용으로 샀던거 같은데 아직 내가 가지고 있는 (ㅋㅋ) 골라놓은 향 모음집. 아. 그때 고쌤한테 줄려고 샀는데, 비싼거 뭐하러 주냐고 작은거 하나 가져간거 같기도 하네. 뭐 암튼.
직원분이 구매할때도 많은 도움을 주고 직접 태워주기도 했는데 ㅎㅎㅎ 부담스러워서 안살 수 없었던거 같다.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알고왔는지 신기한듯 계속 물어보기도 했다.
다양한 향들이 섞인 컬랙션 이었던듯.
향들을 직접 diy한 컬랙션 한세트와 단품(?) 향 10피스 두세트.
기억난다. 하나는 선물로 준듯.
가격대는 다양하지만 향 치고는 길이에 비해 가격이 좀 높은 편이었던거 같다.
그래도 기분 전환삼아 이런 소비는 재미있는 것 같다. 아끼느라 이제서야 한두개 피우기 시작했지만.
위치는 교토 가와라마치 근처 시조역 cocon karasuma 1층에 있다.
https://goo.gl/maps/P4aF7PWtNSBN29JG9
구글지도 첨부하는법을 잘 몰라서..;
일단은 링크로 첨부.
원래 여기 리뷰를 쓸려고 시작한 글이 아니었는데 갑자기 분위기 포스팅이 되어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