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s

최근의

40c 2009. 5. 19. 10:22











최근의 나의 일터 였던 걸리버여행기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주방장이 들어왔다. 그는 외국인이었고, 뭔가 사장님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손님들이 들어왔고, 사장님은 메뉴를 만들러 주방으로 가셨다. 테이블에서 혼자 열심히 조립을 하고 있던 외국인이 부품을 못찾겠다며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그것을 찾아주었고, 우리는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갑자기 타이머의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 되었다는 소리다. 삐- 주방으로 들어가 타이머를 찾았다. 타이머는 꺼져 있었다.

눈을 떳다. 여전히 귓가에 벨이 울리고 있었다. 꽤나 신경이 거슬렸는지 다시 잠을 청해도 잠이 들지 않았다. 나는 그 소리를 찾으려 했지만 내가 있는 방안에서 나는 소리는 아니었다. 다시 이불을 덮어썼다. 이명인가 대체.. 이 소리는. 다시 뒤척이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랬다. 그 소리는 집 밖에서 나는 소리였다. 문을 여는 소리에 친구가 깼다. "혹시 너도 이 소리가 들려?" "응" 이명은 아니구나. 다행이다.

문자가 왔다. 새벽에 온 문자였다. 희미해져가는 관계의 친구에게서 온 문자였다. 내가 사는 도시로 놀러 온단다. 나는 지금 서울에 있는데, 것도 오늘 온단다. 타이밍 참 안맞다. 다시 잠을 자기 위해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오늘의 수면은 여기서 마무리를 지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컴퓨터를 켰다. 메신져에서 그 친구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었다.

학교에 가기 싫다고 꿍얼거리며 친구는 준비를 하고, 여기에 이 구두가 어울리냐며 물어보고선 다시 옷을 갈아입고 학교에 갔다. 나는 어제 마신 술 때문에 숙취에 괴로움을 느꼈다. 질끈 묶은 머리와 무릎이 나온 면바지를 입고선 밖으로 나갔다. 오늘 날씨는 좋다. 외출해도 좋을거 같아. 오늘은 카메라를 들고 나가야 겠어. 사진을 찍고 싶은 날이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금상첨화겠는데, 안타깝게도 바람이 분다. 가을의 바람인 것 같지만 벌써 5월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봄의 바람이다. 슈퍼로 들어가 컵라면을 하나 집었다. 가격은 내가 가지고 나온 천원이었다. 하지만 손에는 백원짜리 동전이 들려 있었다. 처치곤란이다. 처음부터 구백원인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손에 쥐어지니 귀찮다. 티셔츠에 있는 주머니에 동전을 넣었다. 왼쪽 가슴에 있는 주머니를 보니 문득, 이틀전 짧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돌아오던 길에 지하철에서 본 남자애가 생각이 났다. 맞은편에 앉아있었는데, 꽤나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오만상 인상을 쓰고 있던 그 남자애의 머리는 팽이버섯머리 같았고 아이라인을 그렸다. 언더라인이 다크서클마냥 짙었다. 딱 붙는 스키니를 입고 까만 신발을 신고 있었다. 외투는 미용실에서나 입을법한 약간의 펄이 가미된 야들야들한 천 소재의 외투였다. 그 외투의 왼쪽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는 더 페이스샵의 아이라이너가 꼿꼿하게 서 있었다. 저것이 무엇인지 아는 나는 손발이 오글거렸다. 그리고 그 주머니에는 팔리아멘트 담배가 함께 들어있었다. 멍하게 그 아이를 보고 있었다. 다리를 꼬고선 손에 지갑과 휴대폰을 까만 반지를 낀 손으로 쥐고 있었다. 나는 무슨 용기에서인지 그를 그리기 시작하다가 옆 자리에 앉은 아주머니의 시선에 다시 노트를 덮었다. 아쉬움에 사진을 한장 찍었다. 지금와서 보니 별 재미가 없다. 역시 그렸어야 했나.

피식 웃으며 돌아오는 길에 지나친 할머니에게서 힘겨운 폐의 호흡이 들렸다. 담배를 끊어야 할까. 나도 저렇게 될까. 피지 말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길에 컵라면의 껍질을 벗겼다. 배가 고픈건 아닌데 뭔가 급했다. 전기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컵라면의 뚜껑을 열어 스프를 넣었다. 뭔가 하나 더 들어있는 기분에 어렸을 때 종종 먹곤 했던 컵라면이었다. 폐인마냥 라면을 비우고 나니 뭔가 허전하다. 다시 국물을 들이켜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